'박리다매' 택배 비즈니스 모델 한계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야마토운수, 27년만에 택배요금 전면 인상
아마존재팬, 자체 배송서비스 개발 박차

"버는 것 없이 바쁘기만" 하던 일본 택배업계가 일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일본 최대택배업체 야마토운수가 27년만에 택배요금 전면 인상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7일 니혼게이자신문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야마토운수는 오는 9월말까지 택배 기본운임을 올리기로 하고 아마존재팬 등 대형 인터넷통신판매 고객과 교섭에 들어갔다.

일본 택배업계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야마토의 이같은 결정은 그간 저가에 의존했던 일본 통신판매·택배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야마토를 비롯한 일본 택배업계는 인터넷통신판매의 확대와 함께 매년 급격한 양적 성장을 거듭해왔다.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택배 취급물량은 37억 4500만개로 10년전(28억7400만개)보다 10억개 가량 늘어났고, 20년전(13억 2800만개)과 비교하면 약 2.8배나 증가했다.

일본 택배취급물량 추이<자료=국토교통성>

이 뿐만이 아니다.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당일배송', '시간지정배송' 등의 서비스가 추가되면서 택배기사들의 업무량은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다. 

반면, 택배업계의 채산성은 물량이 늘면 늘수록 줄어드는 구조를 띄고있다. 일본 택배물량의 90%는 택배의 양에 따라 기본운임에서 할인을 적용하는 법인계약이 주를 이루는데 아마존재팬 등 대형 법인고객의 물량엔 통상의 반액에 못 미치는 할인요금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인터넷통신판매가 증가하면 할 수록 마진이 오히려 줄어드는 모순에 빠진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야마토의 2016년 4~12월기 연결 영업이익은 560억엔 전후로 전년동기 대비 약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같은기간 누적 택배취급물량은 전년 동기대비 8% 늘어난 17억 1226만개를 기록했다.

한편, 더이상 '박리다매' 하지 않겠다며 아마존재팬의 물량을 거부했던 사가와큐빙의 경우, 물량은 10%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0% 늘며 오히려 경영성적이 좋아졌다. 많은 물량을 내세운 인터넷통판 업체의 가격 후려치기를 거부하고 합리적 가격의 물량을 취급한 결과, 현장 기사나 분류 직원의 생산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 23일 야마토운수 노동조합도 올봄 노사교섭에서 처음으로 택배 수주량을 지난해 수준을 넘지 않도록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측도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정규직 노동시간내 처리 목표 물량 감축 방침을 굳히는 한편, 시간지정배송 중단이나 배송 마감 시간을 앞당기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야마토의 택배요금 전면 인상 방침은 택배업계의 비즈니스모델 자체가 더이상 성립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야마토는 택배의 발송·배송지, 크기에 의해 기본운임을 정하는데, 소비세율 인상 때를 빼고 기본운임을 전면적으로 올리는 것은 100~110엔(평균 8%) 인상했던 1990년 이후 27년만이다. 가격 인상 폭은 미정이지만 법인은 물론 개인까지 포함해 모든 고객을 상대로 올릴 방침이다.

또한 아마존재팬 등 대형 법인고객에 대해선 별도의 요금체계 신설과 함께 연말 등 성수기의 할증운임 적용도 검토한다.

아마존재팬 등 대형 법인고객과의 교섭은 난항이 예상되지만, 만약 아마존재팬이 가격인상에 응하면 인터넷통신판매 배송료의 인상 등 법인고객 대상 서비스가 재검토되면서, 그간 저가에 의존했던 일본 통신판매·택배업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택배업계는 점유율 50%인 야마토운수와 2위인 사가와큐빙, 3위 닛폰유빙 등 3개 업체가 전체 택배물량의 90%를 점유한다. 

한편, 아마존재팬 등 인터넷통신판매 업체들도 대응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자사의 자원을 활용한 독자적인 배송망 구축에 나서는 업체들도 많아지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연회비 3900엔의 유료회원(프라임회원)을 대상으로 주문상품을 1시간 이내에 배송하는 '프라임나우'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회 주문당 2500엔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고, 890엔의 배송료(2시간이내 무료)가 추가되지만 택배회사가 아니라 아마존 직원이 직접 상품을 배송한다. 

할인전문체인 요도바시카메라도 지난해 9월부터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을 최단 2시간 30분안에 배송하는 '요도바시익스트림'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든 주문상품이 시간내에 배송되는 것은 아니지만 요도바시의 배송료는 무료다.

이를 두고 '과잉서비스'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지만 인터넷통신판매시장의 경쟁구조를 감안할 때 이들 서비스가 사라질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오히려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화 됨에 따라 더욱 세분화된 배송서비스가 요구될지도 모른다. 

일본정부도 2030년까지 물류부문을 완전무인화하는 등의 3단계 로드맵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3일 공개된 일본 정부의 AI를 활용한 장기 물류사업 플랜을 보면, 인터넷통신판매의 확대로 인력난을 겪는 택배 등의 물류분야에서는 무인자율주행 트럭이나 드론(소형무인기)을 활용해 2030년을 목표로 완전 무인화 한다는 목표가 명시돼 있다.

야마토 등 대형 택배업체를 중심으로 택배서비스의 현실화 요구가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통신판매업체의 자사배송서비스 확충, 그리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효율적인 운송시스템 보급 등 택배업계는 여전히 처절한 생존경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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