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결제시 할인혜택無·캐시리스 레스토랑 오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日정부, 전자결제비중 향후 10년간 18%→40%

전세계가 '현금없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지만, 유독 일본에서 만큼은 여전히 현금 결제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일본 소비자신용협회의 최근 자료를 보면 일본인들은 여전히 결제수단으로 현금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일본의 전체 소매 소비의 17%만이 현금이 아닌 수단으로 결제됐다. 이는 한국의 85%, 싱가포르의 56%, 인도의 35%보다도 훨씬 낮은 편이다. 메이지 야스다(明治安田) 생명보험사의 2016년 8월 조사 결과에서도 연령대를 불문하고 일본인의 약 70%는 여전히 현금을 결제 수단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일본인들의 이러한 성향에 대해 오랜 경제적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일본인들이 과소비와 부채 증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전자결제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낮은 범죄율로 인해 현금을 들고다니는 것에 대해 안전하다고 느끼는 일본인들은 오히려 사이버 보안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그들은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이처럼 신용카드 등 전자결제를 기피하는 '현금선호족'이 점차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손자의 얼굴을 보기위해 지방에 살고 있는 딸 집을 자주 방문하게 된 공무원 A씨(68)는 유료도로 이용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ETC(Electronic Toll Collection) 카드를 장착하기 위해 자동차용품 매장을 찾았다.

평소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아 신용카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던 A씨는 ETC 장착을 위해 보증금으로 2만엔을 지불할 수 밖에 없었다. 일본에서 ETC를 장착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지불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신용카드 미소지자의 경우 고속도록 6개 회사가 공동으로 발행하는 'ETC 개인카드'를 신청해야 만 했기 때문이다.

신청방법이 복잡한 것은 물론이고 일정금액을 보증금으로 맡겨야 하는 탓에 ETC카드 장착을 포기한 A씨는 매번 유료도로를 지날때마다 할인 없는 통행료를 지불하고 있어 괜히 손해를 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현금으로 결제해도 단지 불편할 뿐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신용카드 우대 할인혜택을 받을 수 없는 A씨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에 매번 불쾌감을 경험하고 있다.

여행이 취미인 B씨(70)는 여행지인 큐슈에서 렌터카 매장을 방문해 현금결제를 하려하자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았다. 이미 은퇴를 해서 사원증이 없던 A씨는 건강보험증으로 결제를 시도했지만, 카드결제 한정의 고급형 차량은 빌릴 수가 없어 보급형 차량을 빌리는 것으로 타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정년퇴직 후 가부키 감상을 취미로 하고 있는 C씨(70)는 가부키 관람을 예약할 때마다 씁슬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인터넷으로의 예약은 카드결제만 허용되고, 현금결제를 위해선 전화예약을 해야하지만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 불편함을 감수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현금결제만을 고집하고 있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돈 쓰는 느낌이 들지 않는 만큼 남용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다.

C씨의 경우와 같이 노년층이 손해를 무릅쓰고 라도 현금결제를 고집하는 이유는 부채를 죄악시 하는 일본 사회의 뿌리깊은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노년층은 어려서부터 '돈을 빌리는 것은 잘못된 일'라는 교육을 받아온 세대로 후일 청구되는 신용카드 결제에 대한 저항감이 강할 뿐만 아니라 신용만으로 상품을 구입한다는 개념 자체에 대해 부도덕하다는 생각마저 안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실제 부정하게 사용돼 결제한 기억이 없는데도 많은 금액의 청구서가 배달된 피해 사례도 이들이 신용카드를 불신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

연령에 비해 인터넷 쇼핑몰을 자주 이용하는 D씨(75)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자신의 카드정보를 입력해 쇼핑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쇼핑몰을 이용하고는 있지만, 무통장입금으로 현금 결제를 한다. 

그는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지만, 나이든 사람이라 혹시 모를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기본적으로 현금결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 스키밍(*) 피해를 당한적이 있는 그에게 카드는 정보유출이 염려되는 프라스틱 쪼가리일 뿐이다.

불편을 감수해야하고 할인혜택을 받지 못할지라도 '현금선호족'의 의지를 꺽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 '현금선호족'의 입지는 갈수로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10일 패밀리 레스토랑 '로얄 호스트'를 운영하는 로얄 홀딩스는 결제 시 현금 대신 전자화폐나 신용카드만 받는 실험점을 개점한다고 발표했다. 현금 관리를 없앰으로써 현장의 일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맞이해 신용카드 결제에 익숙한 외국인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향후 10년간 전자결제 비중을 현재 18%에서 4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보는 사회로의 전환을 정부차원에서 조차 재촉하고 있는 셈이다.

(*)카드 소지자의 허락 없이 카드상의 정보를 전자적으로 복사해 가는 부정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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