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 서울에서 열린 '2016 풀무원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한 풀무원 남승우 총괄 CEO가 주주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풀무원 제공>

대기업들의 오너 세습경영이 보편화되어 있는 가운데 풀무원 남승우(66) CEO의 퇴직과 함께 전문경영인 고용승계는 신선한 충격이다. 공식적인 퇴임행사도 없이 평소 약속대로 지난해 말 전자결제시스템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스스로 물러설 때를 아는 아름다운 퇴장이다.

남 전 총괄 CEO는 퇴임 인터뷰에서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의 평균 은퇴 나이가 65세인데 나이가 들면 열정과 기민성, 기억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고령이 되어서도 잘 할 수 있다고 하는 건 본인의 착각일 뿐 일정나이를 넘기면 CEO의 업무량이 과중해 기업경영을 해 나가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퇴임의 이유를 설명했다.

풀무원은 새로운 시도를 이어온 기업이다. 회사 주주총회도 재밌다. 토크쇼 형태로 진행되는데 CEO가 주주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고 주총이 끝나면 풀무원 제품으로 만든 음식을 대접한다. 워렌 버핏의 바비큐 주주총회와 비슷하다. 이런 일련의 시도들이 사원 1호였던 이효율 전문경영인으로 승계가 이어지면서 오너 일가의 승계를 버린 풀무원이 소비자들의 마음에 좋은 기업 이미지로 남으면서 신뢰를 쌓을 것이다.

제약업계 역시 오너 일가 경영이 보편화되어 있다. 새해 들어 한미약품, 삼진제약, 현대약품 등이 창업주의 자녀 또는 손 자녀들이 일제히 부사장급으로 승진하면서 오너 승계경영 수순을 밟고 있다. 유일하게 제약업계 1위인 유한양행만 전문경영인이 이끌고 있는 제약회사이며 나머지는 오너 일가의 승계 경영이 보편적이다.

규모가 작을 경우는 책임감 있게 경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회사를 개인 또는 가족의 소유물로 착각해 공공자금을 유용할 수 있는 오너 리스크가 발생할 우려가 많다. 그래서 규모가 커져 상장된 회사일 경우 전문경영인으로 가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물론 창업주의 자손들이 전문경영인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눈부신 발전 가운데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는 기업들은 여전히 오너의 소유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가족승계를 위해 편법이 일어나고 여전히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착각해서 자녀들의 범법 행위에 ‘끔직한 자식사랑’이 보태져 영화에서나 본 행위들이 실제로 일어난 사실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곤 하는 것이다.

기업의 오너는 리더의 덕목을 갖춰야 한다. 가까운 조선시대 역사에서 리더의 덕목을 배운다면 태종의 결단력과 세종의 애민정신과 정조의 소통의 기술을 꼽을 수 있겠다.

제4의 산업혁명 시기에 세계적 변화의 흐름을 명확하게 읽어 필요한 기술력과 혁신에 과감한 결단력으로 투자와 변화를 꾀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태종의 결단력이다.

늘 직원들에 대한 관심을 내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살피고 애쓴다면 직원들 역시 회사에 애사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다. 리더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일 잘하는 사람은 많다. 일 잘하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리더는 사람을 먼저 보고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감성적 리더, 즉 세종의 애민정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조의 소통의 리더다. 반대편 목소리도 수용해야 소통이 되는 것이다. 소통은 몸의 실핏줄처럼 원활하게 통해야 기업의 폐쇄성을 없애고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창조할 수 있다. 자유롭지만 질서가 있는, 살아서 숨 쉬는 팔딱이는 기업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게 소통이 되어야 한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사통팔달 소통되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이런 덕목을 고루 갖춘 기업의 CEO라면 제2, 제3의 남승우가 줄지어 나와서 자연스런 기업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무술년 새해의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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