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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구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 이래요’ 설날이 내일이다. 가족들 모두 모이는 설날에 ‘입장 바꿔 생각하기’로 ‘상대방이 싫어할 말 안하고,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상대방에게 하기’를 슬로건으로 설 명절을 슬기롭게 지내보자.

설 명절 전에 SNS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들이 오간다. 새해에 보내는 연하장을 요즘에는 얼마나 보낼까? 문득 궁금하다.

연하장은 새해를 축하하는 인사편지로 그것에 이용되는 엽서까지도 연하장이라 한다. 새해를 알리고 축복하는 글을 담아 전하는 연하장은 오래된 미풍으로 동서양 모두 존재하였다. 서양에서는 15C 독일에서 시작됐지만 활성화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인 19C 후반부터다. 당시 영국과 미국에서 크리스마스카드를 주고받을 때 신년인사를 함께 했는데 그것이 현재 연하장의 전신이라 볼 수 있다.

동양에서는 중국과 일본, 한국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환갑(60) 고희(70) 미수(88) 백수(99) 등의 기념일을 축하하던 풍습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때 받은 사람의 지위가 높을수록 연하장의 겉표지가 화려하고 길이가 6m나 되는 연하장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의 경우는 8C 나라시대 때 궁궐 귀족 간 주고받은 안부편지에서 연하장의 기원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에 연초에 직접 찾아가지 못할 경우 아랫사람을 시켜 문안의 서찰을 보내는 풍속으로 이를 세함(歲銜)이라 하였다.

새해가 되고 그 첫 번째 달이면 서울에 있던 관아의 하급관리와 군대가 주둔하는 서울의 궁중이나 관청 및 지방관청에서 근무하던 군교와 나졸들은 상관의 집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자신이 다녀갔다는 표적으로 세함을 놓고 나오는 것이 관례였다고 한다. 중류이상 가정의 부인들은 문안비(問安婢)라고 자기 집 여종을 시켜 사돈 등 일가친척들을 찾아뵙도록 하였다.

이렇듯 오래된 역사를 가진 연하장 문화가 인터넷이 발달하고 SNS가 활발한 요즘은 사라져버린 지 오래다. 문자메시지나 SNS로 전하는 짧은 새해맞이 인사말이 끝이다. 그것도 무한반복 복사로 여기저기 퍼 나르는 것이 대부분이라 스팸문자 폭탄일 뿐 전정한 안부인사의 느낌이 전혀 없다. 엽서나 카드를 고르고 마음을 담아 손 편지를 쓰고 우표를 붙여 빨간 우체통에 부쳤던 일이 까마득한 옛일이 되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아직도 많은 이들이 연하장을 보낸다. 일본인들에게 연하장은 바쁘게 보낸 한해에 소홀해질 수 있는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고 서로간의 끈끈함을 유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연하장은 개인적인 관계뿐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 생각해서 개인당 몇 십장에서 수백 장까지 보낸다.

연말연시에는 이러한 엽서에 행운 추첨번호도 적혀있어 받는 이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연말연시 연하장뿐만 아니라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7일에서 8월7일 한 달 간 쇼추미마이(暑中見舞い)를 보낸다. 무더운 여름날 더위 조심하라는 안부 인사를 적어 엽서를 보내는 풍습이다. 쇼츄 미마이에 이어 쟌쇼이(殘暑) 미마이도 있다. 입추 이후에 보내는 경우로 가을에 들어섰지만 남은 더위를 잘 보내고 있느냐는 안부 인사를 겸해서 엽서를 보낸다. 여름과 반대로 추위 속에 안부를 묻는 칸츄 미마이(1월5일에서 2월4일 사이)도 있는데 이는 연하장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물론 일본에서도 휴대전화와 인터넷 발달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쇼추 미마이, 잔쇼이 미마이, 칸츄 미마이라 해서 연하장을 주고받는 풍습은 좋아 보인다. 특히나 무더위에 안부를 묻는 미풍양속은 아름답다.

좋은 것은 본받아 발전시키고 나쁜 것은 고치거나 과감히 버려야 개인이든 국가든 발전이 있다. 올 여름 무더위에 주변 어르신들에게 안부엽서 한통씩 날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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