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짝퉁 제재, 사실상 '불가능' 수준…젊은 층 "값싼 가격이면 가품 상"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 디자인=김승종 기자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 디자인=김승종 기자

높은 해외 직구 시장 점유율을 등에 업은 중국 온라인 커머스들의 한국 진출 열기가 뜨겁다. 알리바바 기업이 내놓은 오픈마켓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알리)'와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SHEIN)'이 특히나 그렇다.

두 기업은 각각 홍콩, 중국 광저우를 기반으로 둔 중국발(發) 기업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도 공통점이 많은데, 바로 가성비를 내세워 극강의 저렴한 가격 정책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더불어 중국 기업이지만 철저하게 미국 등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도 뚜렷한 특징이다.

다만, 가장 눈에 띄는 건 두 플랫폼 모두 소위 '짝퉁' 이라 불리우는, 기존 브랜드의 디자인과 성능 등을 모방한 가품이 사이트 내에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해외 물품을 구매한 소비자 500명 중 31명이 지난해 8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가품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했다. 이는 미국 아마존 등 타 플랫폼에 비해 가장 많은 수였지만, 피해 해결률은 61.3%로 가장 낮았다. 

쉬인에는 가품 비율이나 피해율을 따지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연예인의 굿즈나 패션 브랜드의 로고 등을 모방한 제품들이 당당하게 사이트 내에 자리 잡고있다. 유명 패션 브랜드 제품뿐만 아니라, 다소 알려지지 않은 각종 중소·개인 브랜드의 짝퉁도 만연하다. 

위조 상품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은 항상 강조되어 왔지만, 전 세계 각국을 아우르며 성장 중인 글로벌 이커머스에 이토록 모조품, 상표도용 등의 가품이 판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 中 e커머스에 홀딱 빠진 사람들

이미지=알리익스프레스 공식 유튜브 채널 광고 영상 캡쳐
이미지=알리익스프레스 공식 유튜브 채널 광고 영상 캡쳐

2018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으로 2022년부터는 26%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국내 시장으로 발을 뻗어온 알리의 지난해 10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 수는 자그마치 613만명. 이는 2022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라고 데이터분석업체 와이즈앱은 발표했다. 서비스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알리는 국내에서 몸집을 불림과 동시에 공격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쳐오고 있다. 유튜브 광고, 지하철 역사 내 전광판 등 일상에서 관련 광고를 접하는 건 어렵지 않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에는 직구 방법에 대한 콘텐츠로 가득하다. 

사이트 내 자체 판매 전략도 인기 비결에 한몫한다. '초이스 데이(Choice Day)', '천원마트 코너' 등 행사 카테고리를 통해 저렴한 상품을 내놓고, 약 1만 3000원 이상 구매 시 5~7일 이내로 도착하는 무료배송·무료반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빠른 배송에 익숙해진 국내 소비자에게 해외 직구 플랫폼이란 사실에 비해 신속한 배송서비스는 매력적임에 틀림없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해외직구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점차 사라지고, 젊은 층의 직구 수요가 늘어난 것도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다. 통계청의 '2023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 직구 액수는 전년 대비 26.9% 증가한 6조7567억원으로, 중국 직구 액수는 전년보다 121.2% 폭증한 3조2873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지난 2008년 출범해 미국 패스트패션 시장을 휩쓸며 성장 중인 쉬인은 일명 '중국판 자라(zara)'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자라는 스페인 기반의 대표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로, 쉬인의 상품들 또한 자라의 상품처럼 저렴한 데다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의미에서 붙은 별명이다. 전자상거래 업체의 총 상품 판매액을 뜻하는 GMV는 지난 2022년, 2023년 각각 한화로 약 25조4310억원, 약 29조469억원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성장세에 있다.

국내 앱 서비스를 통해 한국 시장에도 서서히 편입 중인데, 젊은 소비층을 기반으로 인기몰이 중인 쉬인의 앱은 지난해 미국에서 아마존 앱을 제치고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패션 앱 1위'에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공개로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를 신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야말로 승승장구 중이다. 

◆  가품 '근절', 쉽지는 않을 전망

지난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프로젝트 클린 개요를 설명 중인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 사진=손지원 기자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프로젝트 클린 개요를 설명 중인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 사진=손지원 기자

그렇다면 글로벌 유통서비스라는 명성에 걸맞게 완벽히 가품을 통제하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우선 알리익스프레스는 오픈마켓 특성 상 판매 사업자가 비교적 자유롭게 상품을 등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품을 등록하는데 허들이 낮다. 더군다나 막대한 판매자와 상품 수량 탓에 가품이 버젓이 올라와도 검열이나 재제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플랫폼이 일일이 가품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중국 서버의 다양한 상품을 단속하기 위한 인건비 부담과 더불어 판매자는 발각과 동시에 도망가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탓이 크다"며 "통관 시 막는 방법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고 말했다. 

더한 문제는 법적 처벌에 관한 기업의 책임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인데, 전자상거래법상 오픈마켓 등의 소셜커머스는 통신판매사업자가 아닌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된다. 이러한 '중개업자'는 소비자와 판매자의 거래를 연결하기 위해 플랫폼 제공만 한다는 사실을 무기로 면책이 인정돼 여태껏 기업 자체를 법적 처벌하기 쉽지 않았던 것.

온라인 마켓 시장의 가품이 논란이 되자 국내 이커머스 및 아마존 등 해외 기업들은 가품을 유통하는 판매자 제지를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해 왔다. 알리익스프레스도 다르지 않았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대표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미스터리 쇼퍼 제도 운영 및 무작위 검사 시스템 도입, 한국 브랜드 보호 전담팀 구성 등 가품 근절을 위한 '프로젝트 클린'을 발표했다. 현재 사이트에는 특정 브랜드의 검색 기능은 소비자가 볼 수 없게 차단된 상태지만, 여전히 국내 제품 및 다양한 명품을 표절한 가품들은 판매중에 있다. 

쉬인은 어떨까? 애초에 모방을 기반으로 하는 '울트라 패스트패션' 기업이라는 점에서 핵심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쉬인은 하루에 적게는 2000개에서 많게는 만 개 가량의 신상품을 쏟아낸다.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겨우 5~7일 정도면 판매를 위한 모든 준비가 완료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데이터 추적 기술을 활용해 트렌드와 판매 추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항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생산하는 것에 있다. 이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는 막대한 수량의 가품을 단속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미지=쉬인 공식 유튜브 계정 광고 영상 캡쳐.
이미지=쉬인 공식 유튜브 계정 광고 영상 캡쳐.

사실 쉬인이 모방한 기업들로부터 소송에 휩싸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최근에는 유니클로도 가세했다. 소셜미디어에서 '바이럴' 되며 화제를 끈 유니클로 제품 '미니 라운드 숄더백'과 '미니멀리스트 호보백'의 형태가 거의 동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외에도 타미힐피거, 리바이스 등의 로고를 적나라하게 베껴 소송에 휘말렸지만, 여전히 가품 생산을 중단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를 타겟으로 한 기업이라는 점도 골자다. 우선 쉬인은 저렴한 가격 즉 '울트라 최저가'을 표방하는 만큼 철저하게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청소년 고객층을 타깃 삼는다. 쉬인에서 1만 원대의 청바지, 티셔츠 등을 찾아보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해당 나대의 소비자층은 대부분 원하는 제품이 가품이라는 사실을 꼼꼼하게 따지기보단 가격 매리트에 더 큰 비중을 둔다는 주장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Z세대와 같은 젊은 층은 소비에 있어 '다양성'을 추구하는 면모가 가장 강한 세대"라며 "다양한 물건을 소비하고 싶은 욕구는 가장 강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가볍기 때문에 당장에 제품이 가품인 것이 그들에게는 고려할 만한 사항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쉬인이 꾸려온 SNS 기반 마케팅 시장은 이미 거대하다. '쉬인 앰버서더'라는 공식 명칭으로 활약하는 인플루언서들은 판매 수수료 10~20%를 받으며 쉬인과 긴밀히 협업 중이다. 쉬인의 제품 배송 박스를 뜯어보는 영상을 뜻하는 '쉬인하울(#sheinhau)' 해시태그 마케팅은 이미 100억대의 조회수를 기록한지 오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Z세대 청소년의 가치관 및 소비생활 특성'에서는 "콘텐츠 수용도가 높은 Z세대의 등장과 함께 마케팅에서 SNS를 활용하는 기업의 수가 증가하였고,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비율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들에게 주어진 패스트패션·가품 소비라는 달콤한 유혹은 값싼 가격이라는 장점으로 쉽게 허용될 것으로 점쳐지는 한편 향후에는 소비자들과 이 두 기업이 이들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는 만큼의 가시적인 가품 제지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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