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기준 : 2022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세전), 3인 가족 외벌이 기준. DSR 40% 적용시 (이미지=게티이미지 / 그래픽=이진 기자)
소득 기준 : 2022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세전), 3인 가족 외벌이 기준. DSR 40% 적용시 (이미지=게티이미지 / 그래픽=이진 기자)

우울하거나 비관적인 상황일 때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금이 딱 그렇다. 2년 간 정든 오피스텔을 뒤로하고 투룸 빌라로 이사한지 일주일. 그냥 월세에서 좀 더 비싼 월세로 옮겼다고 보는 게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혼자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생각해 봤을 법한 그 것은 바로. "아니 서울에 아파트가 이렇게 많은 데 내 집 하나가 없네...".

직장인이 서울에서 내집을 마련하려면 15년이 걸린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월급을 한푼도 안쓰고 모았을 때 얘기다. 어느하나 현실과 동떨어진다. 연봉이 3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내가 받는 월급은 250만원이 된다. 여기에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각종 세금을 떼고 나면 23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버스, 지하철, 밥, 커피, 빵 사먹는 데 먼저 쓴 카드값은 어쩔텐가.

정부 발표를 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1평(3.3㎡)당 3500만원에 달했다. 국민평수 84㎡ 기준 11억원을 넘어선다. 누군가의 도움없이 온전히 홀로 서기에 성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미션에 가깝다. 주택 청약시 일반공급에 앞서 특정 조건을 갖춘 이들에게 내집 마련의 기회를 부여하는 ‘특별공급’ 제도가 탄생된 배경이기도 하다. 신혼부부이거나 생애최초, 다자녀 등 유형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아파트 공급물량의 5~30% 정도가 제공된다.

서울과 지방, 강남과 강북으로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 속에서 특공 제도는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하다. 다만, 평당 1억원대의 초고분양가의 높은 프리미엄 아파트에 수분양을 꿈꾸는 이들이 몰리면서 그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해야할까.

특히 최근 1평당 평균 분양가가 1억1500만원에 달하며 역대 최대 분양가로 이목을 끌었던 한강변 프리미엄 아파트 ‘포제스 한강’의 경우가 그렇다. 최대 분양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특별공급시 필요한 현금을 꽤나 두둑히 확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별공급 34가구에 92명이나 신청하며 흥행대란을 일으켰다.

포제스 한강 흥행에 대한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이번엔 ‘10억 로또’ 메이플 자이 특별공급 흥행 소식이 들려왔다. 심지어 메이플 자이는 81가구를 모집하는 특별공급에 1만18명이나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메이플 자이 특별공급을 받으려면 당장 필요한 현금이 5억원 가까이 되는데 당장 굴릴 수 있는 현금을 가진 사람이 1만명이 넘는 것이다. 특히 생애 최초 유형에 6910명, 신혼부부 유형에 2581명이 지원을 했는데 현금부자 신혼부부가 서울에 이렇게나 많은걸까. 

생애최초와 신혼부부 특별공급 조건은 보통 소득 수준 제한 조건이 있는데 이에 부합하는 사람들이 고분양가 주택을 공급받는데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려면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것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금수저 편법 증여 수단이라던지 탈루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금수저 논란을 진압하려고 정부는 지난 2018년 투기과열지구나 청약과열지역에서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가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특별공급 제재를 금지했다. 고분양가 특공에 제재를 거니 수도권 특별공급이 소형 아파트로만 제한되는 또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세대원이 많은 다자녀, 노부모 부양 조건을 가진 특별공급 대상자들은 어떻하냐는 비난이 쏟아졌고 결국 정부는 규제를 해제하며 두손을 들었다.  

특별공급 제도는 내집마련의 기회를 누릴수 있고,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경제적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더 세심한 조사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특별공급 자체를 무작정 없애거나 단순히 분양가를 제한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함을 경험을 통해 느꼈을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분양가에 따라 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운영하는 등 지금과 같은 논란에 귀를 열고, 듣고,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특별공급 제도의 취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이들에게 진정한 배려란 무엇일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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