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물동량 감소 등을 원인으로 해운업계가 침체기에 돌입했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최근 이집트 수에즈 운하 관문인 '홍해 사태'로 인해 운임지수가 들썩이면서 2024년 업황 전망도 요동치고 있다. 

불과 수일전만 해도 홍해 사태가 장기화되면 단기적으로는 컨테이너 운임이 급등하는 등 '코로나 특수'를 대체해 업계의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으나, 컨테이너 운임이 한풀 꺽이자 분위기는 급반전해 운임이 '피크아웃(고점통과)'에 도달했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국내 유일의 국적 원양선사인 HMM이 발표한 지난해 실적 공시에서 알 수 있 듯, 올해 해운업계의 키워드는 '코로나 엔데믹'과 '홍해 사태'다. '코로나 엔데믹'과 함께 HMM의 지난해 매출은 8조4000억원에 영업이익 58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55%, 94% 감소했다. '코로나 엔데믹'의 영향을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다. 이같은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해운업계는 물론 HMM 내부에서 조차 "올해는 영업적자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반면에 지난해 부터 불거진 홍해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코로나 특수'를 대체할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될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홍해를 두고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의 바닷길을 막는다는 이유로 무차별 공격에 나서면서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는 선박들이 대거 항로를 변경하면서 컨테이너 운임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유럽 기준 아프리카로 우회할 경우 거리는 9000km 늘어나고 시간은 7~10일 가량 더 소요돼 운임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세계 1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를 시작으로 2위 덴마트 머스크, 3위 프랑스 츰 CMG 등을 비롯해 국내 해운사인 HMM 역시 홍해 사태로 인해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하게 되자, 유럽·지중해 노선 운임이 대폭 상승하며 국제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오름세를 주도했다.

하지만, 홍해 사태 장기화로 인한 실적 개선 기대감과는 달리 SCFI 운임지수가 한 풀 꺽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수에즈 운하가 위치한 홍해 항로의 대체 물길인 '희망봉 항로'에 추가 선박이 지속 투입된 데다 올해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공급 과잉이 심화돼 운임이 하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부터다. 

이미지·자료=네이버페이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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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SCFI는 2166.31을 기록해 고점이던 지난달 19일(2239.61)보다 3.2% 하락했다. 수에즈 운하 통행에 차질이 빚어지며 직격탄을 맞은 유럽 노선 운임도 이달 9일 기준 1TEU(20피트 컨테이너)당 2648달러를 기록해 4주 연속 떨어졌다. 연고점이었던 지난달 12일(3103달러)보다는 14.6% 급락했다.

지난해 말 해운사들이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운항을 시작한 이후 고공 행진을 거듭하던 미주 노선 운임도 하락 전환했다. 이달 9일 기준 미주 서안·동안 노선 운임은 직전 주 대비 각각 3.4%, 3% 떨어졌다. 중국 춘제 연휴(2월 10~17일)로 인해 지난주 SCFI가 발표되지 않았으나, 해운업계는 운임이 추가 하락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상 춘제 연휴 특수가 끝나면 중국을 드나드는 해상 물동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발주된 막대한 물량의 컨테이너선이 올해부터 해운사에 속속 인도되면서 운임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해운 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인도될 예정인 컨테이너선은 482척이다. 총 선복량은 321만TEU로 현재 전 세계 선복량의 11.1%에 해당한다.

이렇듯, 홍해 사태 이후 급등한 운임 수혜 기간이 예상보다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HMM의 향후 실적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HMM의 영업이익 전망은 600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4배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전망도 5791억원으로 견조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운임지수 상승세가 한풀 꺾였고, 중동정세 불안 등의 변수가 많아 하반기까지 호실적을 낼 지는 불투명한 상황인데다, 현재 고운임을 기초로 추산된 전망이어서 운임 추이에 따라 급격한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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