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털라이프스타일 지향 '미래형' 편의점 선점 경쟁 치열

디자인=김승종기자 /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관동지역을 중심으로한 세븐일레븐, 서클K생크스를 손에 넣으면서 관서지역의 세력도에 균열을 가져온 패밀리마트, 이로인해 위기에 내몰린 관서기반의 로손까지 약 5만6천여 점포에 달하는 일본 편의점 업계가 장기불황에 고령화, 인구감소와 맞물리면서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 편의점 '빅3'의 점포수(9월 1일 현재 각 사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점포수 기준)는 세븐일레븐이 19,044개, 패밀리마트 18,123개, 로손 12,537개로 3사 합계 49,704개에 달한다. 2016년 2월1일 기준 일본내 편의점 수가 55,699개이니 빅3의 일본내 비중은 90%에 육박하는 셈이다. 즉, 빅3의 움직임 그 자체가 일본내 편의점 업계의 동향이라고 볼 수 있다.

올 상반기 일본 편의점 업계는 굵직 굵직한 이슈가 잇따랐다.

우선 가장 큰 이슈거리는 단연 일본 편의점 업계의 대부라고 일컫어 지던 스즈키 토시후미 세븐앤아이홀딩스 회장의 전격적인 퇴임 소식이었다.

일본편의점 업계 대부 세븐앤아이 스즈키 토시후미 회장 전격 퇴임

연일 일본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그의 퇴임 결정은 편의점 업계는 물론 일본 유통업계를 뒤흔든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1973년 미국 태생 프랜차이즈인 세븐일레븐을 들여와 연매출 10조엔이 넘는 일본의 대표 유통서비스그룹으로 키워낸 장본인이며, 1963년 일개 사원으로 입사해 그룹 전체를 20년간 이끌어온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퇴임이 고령(83세) 등 건강상의 이유가 아니라, 스스로가 주도한 인사안이 그룹의 이사회에서 부결됨에 따라 은퇴를 결정하게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많은 억측과 소문이 난무하기도 했다.

스즈키 회장의 후임으로는 세븐일레븐 재팬 사장이었던 이사카 류이치씨가 맡아 그룹 전체를 총괄하고 세븐일레븐재팬 사장에는 후루야 카즈키 전 부사장이 취임했다.

패밀리마트, 업계4위 '써클K생크스' 통합 1위 세븐일레븐 추격

패밀리마트는 지난 2월 발표한 대로 업계 4위인 '써클K생크스'를 보유한 '유니그룹홀딩스'를 통합해 지주회사인 '유니패밀리홀딩스'를 지난 9월 1일 발족시켰다. 

이로써 패밀리마트는 서클K생크스의 6,251개 매장을 포함 총 18,123개의 매장을 보유하면서 로손을 제치고 단숨에 일본내 편의점 업계 2위로 발돋음 했다. 소매유통업의 특성상 규모의 확대는 상품의 가격, 질, 수량 등 경쟁력의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역별로 업계 세력도가 크게 뒤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관서지역의 절대강자였던 로손은 경영통합을 이룬 패밀리마트에게 지역 패권을 넘겨준 상태다.

디자인=김승종기자 / 자료출처=각사 홈페이지

새로운 통합 그룹사 유니패밀리마트홀딩스의 사령탑에는 우에다 준지 회장이 사장으로 재등판하고 편의점 사업부문인 패밀리마트는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에서 부사장을 역임했던 사와 타카시 씨가 지휘봉을 잡는다. 또한 이번 경영통합을 계기로 패밀리마트는 세븐일레븐과 비교해 여전히 열세인 점포당 일매출액 확대를 위해 냉매를 충전한 밀봉용기를 채용해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장 반찬, 점포내에서 조리가능한 스테이크 등 상온 반찬 등 다양한 상품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재 패밀리마트의 점포당 일매출액은 세븐일레븐의 65만 6천엔에 비해 현저히 낮은 51만 6천엔이다. 

한편, 패밀리마트와 서클K생크스의 경영통합으로 졸지에 업계 2위에서 3위로 추락한 로손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로손, 미쓰비시 상사 출신 다케마스 사장 영입

지난 6월 1일 로손은 미쓰비시상사 출신의 다케마스 사다노부 부사장을 사장 겸 최고 운영 책임자(COO)로 영입하고,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에는 다마쯔카 켄이치 사장을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사장 인사 발표직후 다케마스 사장은 "편의점의 환경 변화에는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미쓰비시 그룹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쓰비스 상사는 로손 주식 33.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로손의 사장에 미쓰비시상사 출신을 영입한 것은 패밀리마트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패밀리마트의 최대주주는 이토추상사로 패밀리마트의 지분을 36.9%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토추상사는 패밀리마트와 유니그룹홀딩스의 통합까지 약 6.7%의 주식을 더 매입해 통합 신회사의 보유지분을 33.4%로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손의 4월말 기준 점포수는 12,527개로 올 9월 패밀리마트와 써클K생크스가 통합하게 되면 서 점포수면에서 상당한 열세에 몰리게 됐다. 로손이 이같은 열세를 극복하고 수익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쓰비시 그룹의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셈이다.

이같이 일본 편의점 빅3의 사령탑이 모두 교체되면서 업계는 다시한번 무한 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 상태다. 하지만 이들 빅3는 사실 그룹차원에서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있다. 

고도성장기를 주도했던 종합수퍼가 20년간 매출이 20%나 줄어드는 등 일본 소매유통업계가 대변환기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븐앤아이·유니패밀리마트, 소매유통업 변환기 맞아 구조조정 박차

먼저 업계 1위인 세븐일레븐 경우, 그룹 차원에서 보면 편의점사업부문과 세븐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사업은 순조로운 반면, 종합수퍼마켓 체인 이토요카도, 소고와 세이부 등 백화점사업, 그리고 세븐앤아이 푸드 시스템등 산하계열사가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세븐앤아이홀딩스는 오는 2020년 2분기까지 이토요카도 총 181개 점포 중 40곳의 문을 닫을 예정이다. 의류를 중심으로 판매실적이 부진한데다 오는 2017년 4월 2차 소비세 인상에 따른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이토요카도는 세븐앤아이홀딩스의 모태인 회사로 그룹 입장에서 보면 상징적인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에도 적자에 허덕이던 통신판매 자회사인 닛센홀딩스를 완전자회사하고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세이부 백화점 2개 매장도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매서운 바람은 유니패밀리마트홀딩스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유니패밀리마트홀딩스는 9월 발족 이전 8월초 舊유니 산하의 종합수퍼마켓 체인인 '아피타'와 '삐아코'의 약 25개 점포를 2019년 2월말까지 폐쇄하기로 발표했다. 이미 폐쇄가 예정돼 있던 11개 점포를 포함 전체의 약 17%에 해당하는 점포를 정리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실적이 저조한 여성복 전문브랜드인 '사가미'와 '빠레모'도 투자펀드에 매각한다. 이외에도 서점체인인 유메야서점, 홈센터인 유홈 등도 폐쇄하거나 양도할 계획이다.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와 달리 종합수퍼마켓 등의 유통업에서 자유로운 로손의 경우, 그룹차원의 구조조정보다는 기존 시스템 개혁과 미쓰비시 상사와의 협력을 통해 성장을 꾀하고 있다. 

업계 3위 전락 로손, 미쓰비시 상사와 협력 강화

패밀리마트에 밀려 업계 3위로 전락한 로손은 '1000일 전원실행프로젝트'를 선언하고 일본 전역에 위치한 12,537개 매장에서 본사, 조직, 경영체제까지 모든 것을 개혁해 로손의 토대를 새롭게 다지는 '질'적인 전환을 노린다.

로손은 이를 위해 '세미 오더 발주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해 각 매장의 최근 판매 실적, 날씨, 포인트 카드 이용 상황 등 약 100개의 항목을 기반으로 각 매장이 발주할 제품 수를 자동으로 산출하는 등 상품재고 최소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한  로손의 지분 33.4%를 보유한 미쓰비시 상사와의 협력도 늘려나갈 예정이다. 미쓰비시 식품은 현재 물류면, 공급면에서 로손과의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 미쓰비시 식품은 지금까지는 주문을 받은 상품을 매장에 보내는 식품 도매에만 충실했으나, 앞으로는 로손의 각 매장의 레이아웃에 맞는 형태로 납품하는 등의 방식도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도 도시락제조 위탁 등 지속적으로 미쓰비시 상사와의 협력을 도모해 나갈 계획이다.

日편의점 3강시대···미래형 편의점 선점 사활

패밀리마트와 써클K생크스의 경영통합으로 일본 편의점 시장은 3강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그동안 일본 편의점 업계는 선두인 세븐일레븐이 유행을 만들면 패밀리마트, 로손 등 타사가 뒤따라가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더이상 이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게 됐다. 편의점 점포수가 포화상태에 다다른 가운데 이전보다 더욱 치밀하게 지역 실정에 맞은 편의점 사업운용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 등 일본 편의점 빅3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도시락이나 반찬 취급은 물론 은행, 약국이나 간병, 서점 및 식당등과 연계해 '토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미래형 편의점'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영원한 1등은 없다"는 말처럼 치열한 순위다툼 속에 누가 소비자의 최종 선택을 받게 될 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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