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투자목적 부동산에 관심, 신형 NISA에 주식공부 열풍...경제 선순환 위해선 실질임금 상승 중요

서점에 즐비한 신형 니사(NISA) 관련 서적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기존의 NISA를 대폭 수정한 신형 NISA를 선보였다. 비과세 기간을 파격적으로 평생으로 연장했고, 연간 납입 한도액은 120만엔에서 360만엔으로, 누적 한도도 600만엔에서 1800만엔으로 각각 3배씩 올렸다. (사진: 최지희 기자)
서점에 즐비한 신형 니사(NISA) 관련 서적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기존의 NISA를 대폭 수정한 신형 NISA를 선보였다. 비과세 기간을 파격적으로 평생으로 연장했고, 연간 납입 한도액은 120만엔에서 360만엔으로, 누적 한도도 600만엔에서 1800만엔으로 각각 3배씩 올렸다. (사진: 최지희 기자)

요즘 일본 서점을 방문하면 눈에 잘 띄는 이른바 ‘명당’ 자리에 주식 투자 관련 책들이 즐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원래 일본 국민들은 투자나 재테크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아왔다. 돈이 모이면 그저 은행 계좌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낮은 금리 탓에 심지어는 집안 장롱에 현금 다발을 쌓아놓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닛케이지수가 연이은 최고가를 경신하는 요즘, 일본에서도 투자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이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가장 큰 이유는 1990년대 버블 경제 붕괴에 따른 트라우마다. 주가와 집값이 한없이 추락하는 경험을 겪으며 투자 대신 안전 자산을 선호해왔다. 가계 금융 자산 중 저축이 52.6%를 차지할 만큼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갖고 있는데, 미국이 12.6%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임을 알 수 있다. 나머지 30% 정도는 보험 및 연금이 차지한다. ‘위험 회피’와 ‘국내 집중 투자’가 일본 가계 투자의  특징을 이뤄 온 것이다.

일본 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일본 가계가 보유한 현금과 저축액은 1000조엔(약 8800조원)이 넘는다. 달러로 환산하면 약 7조 달러로 독일과 영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수준이다.

그런데 이같은 일본의 보수적인 투자 성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버블 경제 시기 이후 증시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린 데다, 사상 최대의 임금 인상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짙어지면서다.

이와 관련해 최근 흥미로운 통계가 나왔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지난해 가계 조사에서 20대가 세대주인 2인 이상 가구의 주택 보유율이 지난해 35.2%로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20대 세대주의 주택 보유율은 2017년부터 7년 연속 3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MZ세대가 일본 주택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닛케이신문은 20대 주택 보유율 상승의 배경으로 기업 채용 확대로 인한 임금 인상과 고용 환경 개선에 있다고 전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조사한 임금구조기본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20대의 수입 증가율은 30~50대 보다 높았다. 특히 20대 여성의 정규직 비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MZ세대들은 투자에도 관심이 많은데, 특히 주택을 자산 형성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닛케이신문은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을 인용해 “수입이 상대적으로 높은 젊은 층은 주택 구입도 자산 형성의 일환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짚었다. 그는 “거주 목적이 아닌 처음부터 매각 이익을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계도 있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주가 상승과 맞물려 지난해 일본 가계가 보유한 주식과 채권 가치가 27%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현금 저축은 1% 증가에 머물렀다. 투자 방식에 변화의 조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도 개인 투자자들을 ‘저축에서 증시로’ 유인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국민의 자산을 2배 늘리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자산소득 배증계획’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예로 올해 1월부터는 ‘소액 투자 비과세 제도’인 ‘니사(NISA)’를 대폭 수정해 신형 NISA를 선보였다. 비과세 기간을 파격적으로 평생으로 연장했고, 연간 납입 한도액은 120만엔에서 360만엔으로, 누적 한도도 600만엔에서 1800만엔으로 각각 3배씩 올렸다.

NISA 확대가 시작되면서 주식 공부 열풍도 불고 있다. 일본 서점에는 금융 지식과 주식 투자 방법, 특히 NISA와 관련한 책들이 즐비하다. 사설 교육기관에서 여는 주식 투자 세미나에 사람들이 몰려 만원을 이룬다.

21일 닛케이신문과 인터뷰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일본 경제는 본격적인 선순환에 들어갔다”고 발언했다. 그는 “일본 주식은 여전히 상승 여지가 있다”면서 “특히 NISA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짚었다.

물론 지금의 현 상황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강하다. 마이니치신문의 최신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가 경기가 좋아지고 있음을 실감하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일본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실질임금 상승이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는데, 실질임금은 지난 1월 전년 대비 0.6% 감소로 22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기업은 이번 춘투를 통해 역대급 임금 상승을 달성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비정규직까지 여파가 미칠지도 여전히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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